Beyond the thought: Rewriting

풍경 속 '낡은 의자'와 '너럭바위': 텅빈 본질과 영원한 실존 사이에서

iamvanco 2025. 12. 26. 10:54

낡은 의자와 너럭바위가 놓인 풍경 속에서,

우리는 유한한 본질을 사랑하는 마음과 영원한 실존을 자각하는 순간 사이의 아련함을 마주합니다.

 

1. 풍경의 시작: 낡은 의자와 너럭바위

우리는 시냇가에 놓인 두 가지 풍경을 상상해봅니다.

하나는 세월을 견디며 고독을 완성하는 낡은 의자(와비사비)이고,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어 자연을 완성하는 너럭바위(채우지 않음)입니다.

 

2. 외부의 여백: 미학, ‘본질’의 찬양

미학이란 우리가 사물에 부여한 가치, 즉 본질(Essence)을 찬양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낡은 나무 토막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불어넣어 그 안에서 아련함을 찾아내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고귀한 능력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이는 찰나의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3. 내부의 여백: 배경자아(Background Self)라는 거울

시선을 안으로 돌려보면, 우리 내면에도 외부의 여백과 닮은 '배경자아'가 있습니다. 뇌과학과 명상에서 말하는 이 공간은 어떤 생각과 감정(의자)이 지나가도 변함없는 텅 빈 바탕(너럭바위, 공)입니다. 이 우주 같은 바탕에서 보면 우리가 부여한 미학적 가치들은 결국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에 불과합니다.

Illustration generated by AI, iamvanco.tistory.com

4. 실존적 자각: 경계에서 피어나는 아련함

여기서 실존주의의 문구가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 폴 사르트르의 말처럼 우리는 아무런 본질 없이 이 세상에 던져진 실존(Existence) 그 자체입니다.

*Existence precedes essence: 실존은 본질을 앞선다.

 

‘이 낡은 의자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본질)과 ‘결국 이 모든 것은 부질없이 사라진다’는 자각(공/실존), 이 감정과 인식이 부딪히는 경계선에서 본질은 유한하지만 실존(배경자아)은 영원하기 때문에 아련함을 느끼는 건 아닐까요?

 

부질없음을 알기에 그 찰나의 아름다움이 더욱 애틋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경험하는 미학의 실체일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배경자아와 기억자아,

내부여백과 외부여백,

실존과 본질,

공과 움벨트,

라는 관계와 그 경계가 유사하지 않을까요?

 

Afterthoughts

무너지되, 무너지지 않는 삶

마크 엡스타인(Mark Epstein)은 ‘산산이 부서지되 무너지지 않기’(Going to pieces without falling apart) 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의지(의자, 기억자아)는 세월에 낡고 언젠가 부서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바탕인 배경자아(너럭바위)를 자각하고 있다면, 본질(기억자아)이 부서지는 아픔 속에서도 실존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오늘도 마음 한편에 의자를 놓고 꽃을 심습니다.

그리고 그 꽃이 시들 줄 알면서도 물을 주는 순간이 아름다운 것은, 숭고한 부질없음과 인간이 만든 세계의 경계에서 그 행위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아름다운 실존’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사유와 해석에 기반한 내용입니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이해를 열어두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참고

‧ The boundary between essence and void: 본질과 공(空) 사이의 경계.

 

‧ Sublime futility: 숭고한 부질없음. (부질없지만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아름다운 상태)

 

‧ Embracing the transience: 덧없음을 포용하기.

 

‧ "Aesthetics is the act of loving the essence, while existentialism is the wisdom of returning to the void. We live in the beautiful tension between the two."

 (미학은 본질을 사랑하는 행위이고, 실존주의는 공(空)으로 돌아가는 지혜입니다. 우리는 그 사이의 아름다운 긴장 속에서 살아갑니다.)

 

‧ "Our memories and desires are like weathered chairs, but our true self is the broad rock that holds them all without judgment."

 (우리의 기억과 욕망은 풍화된 의자와 같지만, 우리의 진정한 자아는 그 모든 것을 판단 없이 품어주는 너럭바위와 같습니다.)

 

‧ “산산이 부서지되 무너지지 않기”(Going to pieces without falling apart) -마크 엡스타인(Mark Epstein)

-Let your ego go to pieces (자아를 해체하라), but you won't fall apart (하지만 당신이라는 존재가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의 또 다른 말. Going to pieces는 견고했던 자아가 해체되는 긍정적인 과정이라면 Falling apart는 회복 불능의 파괴를 말합니다. 결국 무너지지 않은 그 파괴 뒤에는 배경자아가 있다는 말로 이해됩니다.

 

‧ "When we allow the ego to go to pieces, we discover the background self that can never fall apart."

(우리가 자아가 해체되도록 허용할 때, 결코 무너지지 않는 배경자아를 발견하게 됩니다.)